1. 한국 사회복지행정의 역사
미국은 사회복지행정이 독립된 학문 분야로 가장 먼저 발전한 국가이다. 100여 년에 걸쳐 사회복지행정의 학문적 발전과정과 축을 형성해왔으며 이 때문에 사회복지행정을 논하는 데 있어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사회복지행정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한국은 20세기 후반까지 경제성장 위주의 국가정책으로 사회복지를 충분히 실현할 상황이 아니었으며, 사회복지서비스의 절대적인 공급 부족으로 행정적 개입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한국의 초기 사회복지기관은 전문적 행정가가 운영하기보다는 주로 종교적 동기, 봉사 정신에 의하여 설립・운영되었다. 한국에서 민간에 의한 본격적인 사회복지 사업의 참여는 1945년 광복 이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전쟁고아, 월남 피난민, 부랑인 등을 위한 긴급구호와 수용시설에 의한 보호 사업이 전개되면서 시작되었다.
미군정 하에서는 일방적으로 임시적인 복지행정이 시작되었다. 6・25전쟁 이후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들이 주로 외국 원조 기관의 지원을 받아 자선사업과 구호사업을 전개하였다. 그러다 보니 이 시기의 사회복지기관 관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행정과 관리 방법보다는 희생과 봉사 정신이었고, 체계적인 조직관리와 인사관리보다는 구호물자의 효율적 배분이 주요 관심사였다. 1947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에 기독교 사회사업학과가 설립됨으로써 우리나라에 사회복지 학문이 최초로 도입되었고, 1959년에는 서울대학교에도 학부 과정의 사회사업학과가 설치되었다.
1960년대에는 군사정부가 경제개발정책을 강력히 추진한 시기로 사회복지에 투자할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저소득층 중심의 공적부조가 주를 이뤘고, 정부예산의 두 배가 넘는 민간 외원단체의 원조로 사회복지 관련 긴급한 문제와 욕구를 해결했다. 그 당시 공적 사회복지행정조직의 역할은 단순한 정책적 계획과 비전문적 활동 위주였으며, 사회복지서비스의 효과성과 능률성을 생각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당시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서 사회복지행정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나, 일선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사회복지행정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국민소득과 정부의 재정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외국의 평가로 인해 외원기관의 원조 감소와 철수가 이어졌고, 민간 사회복지시설은 시설 운영에 필요한 자원의 결핍 현상이 심화하였다.
한국의 사회복지 행정은 1980년대에 들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경제발전 위주의 국가정책 추진 결과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각종 사회문제가 분출되었으며, 민주화가 진행되자 이에 따른 사회복지 욕구도 커졌다. 이렇듯 각종 사회문제가 대두되며 국민들의 복지 수요가 팽창되자 정부는 사회복지서비스 관련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고, 민간 사회복지기관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복지정책을 시행하였다. 이 시기에 들어서 외국의 원조가 대부분 중단되며 국가의 보조금 지원 등에 의한 공적 지원이 이를 대체하게 되었다. 사회복지 조직들이 공공의 세금에 의해 지원되는 공적 자원을 활용하게 되자 조직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 시설의 개방화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었다.
사회복지행정의 실천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것은 1980년대와 그 후반부터로, 각종 사회복지기관이 탄생하고 공공복지 행정체계가 마련되었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공공부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회보장과 관련된 공적부조 서비스 전달 인력을 사회복지 전문인력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전에 우리나라 공공부조 행정은 정부의 일반행정조직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나 1980년대에 들어서며 빈민을 포함한 요보호 대상자의 사회복지 욕구가 증대되면서 사회복지 전담 기구와 전담 요원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 결과 1987년 공공 사회복지행정 시스템이 처음 갖추어지고 사회복지 전문요원제도가 시행되었고, 공공부문에서의 복지행정 수요는 지금까지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에서 사회복지행정에 관한 수요가 촉발되었으며, 민영화와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따른 변화로 인해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 시기에 민간 사회복지의 규모와 수적인 증가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사회복지에 투입되는 공적 자원의 한계에 따라 민간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였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사회복지서비스에 참여하는 민영화가 활발히 진행되었고, 민영화로 인해 공공의 보조금과 계약에 의해 일정 기간 운영권을 행사하는 민간 사회복지 기관들을 민간이나 공공으로 확연히 구분 짓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또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제반 과정이 지방정부 차원의 다원화된 구조로 전환되었고, 지방자치제도가 전면적으로 실시됨에 따라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사회복지서비스가 활성화되며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의 체계적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2.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사회복지기관에서 사회복지행정 수요가 촉발된 요인
1990년대 이후 사회복지행정이 실제적 중요성을 인정받으며 사회복지행정에 관한 연구 활동이 활성화되었다. 이 시기에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에서 사회복지행정에 관한 수요가 촉발되었는데, 그 계기는 크게 세 가지 요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민간 자원의 활성화와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의 시행에 따른 것이다. 민간 복지재단이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심사하여 재정지원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회복지기관의 프로그램 기획 및 수행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1998년부터 민간 주도의 공동모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게 된 사회복지기관은 사회복지 프로그램 관리와 재정관리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둘째,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에 대한 평가제도의 시행에 따른 것이다. 1997년 정부는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여 사회복지시설을 3년에 1회 이상 평가하도록 규정하였다. 평가제도가 시행되며 사회복지행정 전반에 대한 관심과 실천적 노력을 증대시켰다. 또한 시설 및 기관평가를 시행함으로 기관 운영의 능률성, 효과성 및 책임성을 높이는 관점에서 사회복지행정의 중요성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셋째,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의 수적인 증가에 따른 것이다.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의 수가 증가하며 지역사회에서 기관 운영에 대한 경쟁이 심화하자 이에 따른 자원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한정된 지역사회의 자원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현대적 관리 및 경영기법이 요구되어 사회복지행정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었다.
3. 최근 사회복지행정 분야의 발전 현황을 알 수 있는 사례발굴 및 설명
(1) 정부24
‘정부24’는 대한민국의 모든 정부 서비스, 민원, 정책・정보가 통합된 대한민국 정부 대표 포털이다. 2016년 행정자치부가 기존에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던 민원24, 대한민국 정부 포털, 알려드림 e 등 전자정부 시스템을 정부24 하나로 통합했다. 서비스, 정책정보, 기관정보를 안내받고 각 기관의 주요 서비스를 한 곳에서 신청・발급할 수 있다.
‘정부24’의 주요 메뉴로는 서비스, 보조금24, 정책정보가 있다. 서비스메뉴에서는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서비스에 대한 안내와 정부24가 각 기관과 연계하여 신청・발급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합으로 제공한다. 정부24에서는 약 9만여 건의 서비스가(정부 서비스 약8만 5천 건, 민원 서비스 약 5천 건) 제공되고 있으며, 약 1,000여 건의 서비스 신청・발급이 가능하다. 보조금24 메뉴는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현금, 현물, 바우처 이용권 등으로 제공하는 약 1만여 개의 수혜 서비스를 대상으로 나와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정부 혜택을 한 번에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이다. 2023.04.14 기준 보조금24에 등록된 보조금은 총 9,735개로 중앙부처 437개, 자치단체 4,651개, 공공기관・교육청 922개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정보 메뉴에서는 정부 기관들의 분야별 정책정보와 정부/지자체 조직도, 정부/지자체 운영 누리집, 행정기관위원회, 지자체 소식, 공모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복지는 ‘신청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관련 정보가 너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내’가 해당하는 서비스는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해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24’ 포털이 생기면서 기존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전자정부 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되었고, 관련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졌다. 실제로 정부24 포털을 이용해보니 한 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확인하고 신청할 수 있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행정이 발전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포털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이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소외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 & 희망이음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이하 사시정)은 사회복지시설 업무의 표준화, 투명화 및 사회복지업무의 전자화를 위한 사회복지시설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이다. 구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사회복지 정책 수립 지원과 대국민 시설 이용 편의성 증대에 목적을 두고 있다. 주요 서비스는 회계, 인사・급여・자산 관리, 세무, 후원 관리, 이력, 시・군・구 보고로 구성되어 있다. 사시정 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업무의 표준화 및 업무 감소, 전산시스템 유지보수 비용 절감, 시・군・구 행정기관 제출 서류 온라인 접수가 가능해지고, 일반 국민들의 시설 이용을 위한 편의성이 증대되며 투명성 확보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가는 효과를 가져왔다.
2022년 9월 새 복지시스템,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이 개통되었다.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용 ‘행복이음’(사회보장 정보시스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용 ‘희망이음’(사회서비스 정보시스템), 대국민 서비스 ‘복지로’ 등 3개로 구성된다. 기존에 사용하던 사시정 시스템은 희망이음 시스템으로 통합되었으며 사시정은 조회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이후 모든 업무는 희망이음 시스템에서 수행하게 되었다. 희망이음은 개통 초기 시스템오류로 현장 업무가 마비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국정감사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시스템을 통합해 체계적인 관리를 시도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은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참고문헌]
- 문병기·남석훈. (2017). 「사회복지 행정론」, 개정판: 한국방송통신대 학교출판문화원.
- 정부24, https://www.gov.kr/
- 한국 사회보장정보원, http://www.ssis.or.kr/
-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 http://www.w4c.go.kr/main/mainPage.do
- 희망이음, https://ceu.ssis.go.kr/ssis-ceu/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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