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동주의 이론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사회과학을 지배하다시피 했던 행동주의 이론은 인간의 행동이 환경적 조건에 의해 형성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성장하였다. 인간의 행동은 관찰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극과 조건을 통해서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객관적 관찰이 불가능한 정신적 내면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게 접근된 지식은 과학적 지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덕분에 행동주의는 자극과 반응의 과학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행동주의는 파블로프와 왓슨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왓슨은 심리학의 주제가 오직 행동뿐이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행동주의 이론 활성화에 불을 붙였다. 이후 행동주의 이론은 손다이크, 돌라드, 밀러, 스키너 등에 의하여 발전되었고, 실험심리학 등 행동주의적 전통을 따르는 연구 분야들이 아직도 심리학의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행동주의는 실험과학이자 생물학적인 특징을 보이며, 정교하게 준비된 실험을 통해 사실관계를 밝혀 행동 형성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인간 행동을 예측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험 대상은 주로 동물이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물과 인간의 행동 형성과 반응원리가 동일하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한 결과를 인간의 행동 이해에 그대로 적용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편이다.
2. 스키너(B. F. Skinner)의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
행동주의 이론은 스키너에 의해 절정을 이루었다. 과학자이자 심리학자였던 스키너는 인간 행동이 내적 충동보다 외적 자극에 의해 동기화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강조했던 것은 경험적인 접근 방법과 인과 관계적 법칙의 발견이었다. 관찰할 수 있는 근거를 토대로 한 지식만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인간의 모든 행동은 처벌과 보상을 통해 형성시키거나 변화시킬 수 있고 법칙적으로 결정되며 예측이 가능할 뿐 아니라 통제까지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고수하였다. 그는 인지적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관찰이 불가능한 무의식, 의식, 내면적 동기 등의 개념을 거부해 경험적 실증이 불가능한 것은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스키너는 인간 행동의 법칙적 관계를 규명하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아, 인간의 행동이 적절한 보상과 처벌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을 입증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쳤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과 사건들이기 때문에 이것을 알아내는 데 집중하였다. 인간의 행동은 환경에 대한 자극보다는 행동의 결과에 따라 변화된다고 보고, 환경을 조작하여 행동의 반응 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스키너 이론의 핵심은 강화물이다. 이는 인간의 어떤 행동을 발생시킬 확률을 증가시키는 모든 자극을 가리키며, 대표적인 자극으로는 보상과 벌이 있다. 또한 자극에 대하여 원하는 반응이 나타나는 비율인 반응률을 증가 및 유지하는 방법으로 강화계획을 제시하였는데 그 방식으로는 유기체가 반응할 때마다 매번 강화를 주는 연속적 강화 방식과 시간이나 강도를 다양하게 조절하면서 강화하는 간헐적 강화 방식이 있다.
3. 스키너(B. F. Skinner)의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에 대한 나의 견해
행동주의를 기반으로 한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은 지독하게도 보이는 것에 집중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과학이라는 도구를 인간이 가진 최고의 인식 형태로 간주하고, 인간 세상의 모든 문제가 과학에 의해 규명되고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과학만능주의의 울타리 안에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내리는 수많은 결정과 그 결정에 따른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은 생각보다 그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스키너는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는 데 있어 인지적 기능이나 내면적 동기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고 경험적 실증이 불가능한 요소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가치가 있고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나 연구의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조작과 실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연구할 필요가 없고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 때문에 스키너의 이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반쪽짜리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개는 훌륭하다’는 TV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이다. 다양한 문제행동을 가진 개와 그 주인이 출연하여 동물행동 교정 전문가인 훈련사의 도움을 받아 문제 행동을 고쳐가는 프로그램인데, 스키너가 주장한 자극(환경)에 의해 원하는 반응 행동을 끌어내는 전형적인 예시라는 생각이 든다. 개가 보이는 문제행동의 많은 부분이 견주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공했던 강화물 때문인 경우가 많았는데, 훈련사는 미리 찍어 둔 평소 생활 VCR과 견주 인터뷰를 기반으로 강화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따라 정적 강화와 부적 강화를 모두 사용해 반응률을 높여간다. 훈련 시 주로 정적 강화를 사용하고, 어느 정도 행동이 교정된 후에는 반응률을 증가 및 유지하기 위한 강화계획을 개 주인에게 제안하며 마무리된다. 이상행동을 고치려면 강화조건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진단하고 강화조건을 변화시키라는 스키너의 주장이 매주 증명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다. 스키너의 이론을 접한 후 이 프로그램을 보니 한편으로는 짜릿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지우기는 어렵다. 인간과 동물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개인적인 가치관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이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학적 실증이 불가능한 여러 가지 잠재 요소들을 인정하며 스키너의 주장을 살펴볼 때가 아닌가 싶다. 과학적 실증이 불가능하지만 존재하고 있는 요소들을 인정한 체 환경적 조건과 보상을 조작한다면, 스키너가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라는 책을 통해 이야기했던 보다 나은 사회를 세우는 일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4. 조작적 조건형성에 대한 스키너(B. F. Skinner)의 주장이 사회복지영역에 주는 시사점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은 이상행동 치료는 물론 어린이의 훈육, 동물의 사육 등 광범위한 분야에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사회복지 영역 역시 예외는 아닌데,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원조’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 사회의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성하는 제도 중에는 실업급여가 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제도의 일환으로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여, 실업자의 생활 안정과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처럼 최소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원조도 있지만,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문제를 인지해 스스로 가진 잠재력을 깨달을 수 있게 도움으로써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원조도 존재한다. 실업급여 중에서도 조기재취업수당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조기재취업수당은 소정 급여 일수를 1/2 이상 남기고 재취업한 경우, 남아 있는 구직급여의 1/2을 조기재취업수당으로 지급하여 구직급여 수급자의 빠른 재취업을 촉진하는 제도로써 로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지급받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사회안전망이 있다. 이는 구성원 모두가 사람답게 잘 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들이다. 그러나 모두를 위한 좋은 제도일지라도 몇몇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안전망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적절한 강화물을 제공함으로써 국가가 제공하는 원조가 클라이언트들의 외적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5. 조작적 조건형성에 대한 스키너(B. F. Skinner)의 주장이 교육영역에 주는 시사점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은 교육 영역에서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이들의 성격 발달과 적응에 대한 부분이다. 스키너는 가장 이상적인 양육은 정교한 프로그램을 갖춘 양육 센터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유아 시절에는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완전히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그 이후에는 서서히 인생의 어려움이나 복잡함을 스스로 습득하도록 하되 과학적으로 통제된 방식으로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랑이나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의 발생 빈도는 증가시키고, 슬픔이나 증오, 분노,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의 발생 빈도는 억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유아기 때부터 어떤 환경에서 어떤 강화를 받았는가에 의해 성격이 발달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모의 부재나 여러 문제로 인해 비교적 적절하지 못한 환경과 강화에 노출된 아이들이 존재한다. 스키너의 주장처럼 유아기의 성격 발달이 행동 변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 시기는 아이 자신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또한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국가에서 출산 그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태어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적절한 강화를 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부모교육 또는 적절한 환경 제공에 더욱 관심을 쏟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 개개인에게 아이 교육의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문헌]
- 송대영, 최현섭(2022),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